비 오는 날 이게 뭔 개소린가 싶겠지만, 나는 진심으로 정치인들이 학대 당할수록 좋은 나라라고 생각한다. 이 괴상한 논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치인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를 이해해야 한다.
정치인은 정당 활동 또는 정당활동에 준하는 활동을 하는 넓은 의미를 가지지만 좀 더 좁게 보자면 국회의원, 도지사, 대통령 등 여러 당선 직인 현역 정치인과 이러한 선출직 당선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당 활동을 하고 있는 인물 정도라고 볼 수 있겠다.
그냥 쉽게 말해서 테레비나 인터넷 기사 정치면에 나오는 사람들이 소위 '정치인'이다.
이들의 힘은 민주주의의 기본인 국민에게서 나온다. 즉 국민이 '밀어줘야' 힘을 가질 수 있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선출직은 결국 국민으로부터 표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선출직들은 자신을 믿고 밀어준 국민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정치 활동을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건전한 공생관계이다.
하지만 문제는 늘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불편한 진실.
선출직들의 주 임무는 우리 사회의 자원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다. 그것은 법이라는 이름, 개발 계획이라는 이름, 복지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현실화된다. 그렇기에 선출직들에게는 엄청난 이권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그러다 보니 일단 선출이 되면 지금까지 밀어주었던 국민은 무시하고 정치인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행동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일명 대리인 문제).
정치인들이 추구하는 이익은 단순히 금전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들은 극한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다음 선거에서도 살아남아 이 권한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하기도 한다 (공천을 위한 싸바싸바).
그러다 보니 몸을 넙죽넙죽 접으면서 아줌마들 대동하여 빨간색 파란색 녹색으로 박수 춤추던 그날은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나, 그냥 일단 감투만 썼다 하면 국민은 뒷전이 되는 것이지.
하지만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민주주의가 잘 정착된 나라이다. 한국인에겐 '다음 선거'라는 죽창이 있다.
중국인들을 만나면 가끔 중국인들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하는 말이 "한국 대통령들이 세상에서 젤 불쌍하다"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명은 암살 당해, 두 명은 사형 선고받고 조리돌림 (나중에 나오긴 했다), 한 명은 자살, 한 명은 감옥, 다른 한 명은 탄핵 당하고 현재 감옥에서 드라마 시청중 ㄷ ㄷ ㄷ
여기 언급 안된 이미 세상을 떠나신 나머지 두 분도 아들 문제 등으로 아주 심하게 홍역을 치렀지.
그러다 보니 종신 황제를 모시는 중국인들 입장에선 한국 대통령이 얼마나 안타깝겠냐...불쌍해 ㅠㅠ
하지만 나는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이것이 올바른 민주주의의 모습이다.
그 누구도 절대적인 권력을 영원히 유지할 수 없는 시스템. 정권이 바뀌면 누구나 개같이 털리고 보복을 받는 시스템. 그렇기에 모든 정치인들은 자신을 밀어준 국민들의 변심을 막고자 국민의 주인이 아닌 국민의 종복으로 살아가는 시스템. 그것이 바로 참된 민주주의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투표일에 잘 참여하고 자신이 원하는 정당이나 후보에 꼭 투표를 할지어다. 정치인들이 국민을 두려워하도록 국민의 손에 힘이 있다는 것을 정치인들 앞에서 시위하는 날이 바로 선거 투표일이다.
모든 정치인들이 늘 이러한 두려움 속에서 살고, 학대받고, 털리고 보복당하고, 아무도 "정치인 하고 싶지 않아, 해봤자 개같이 고생만 하지 ㅠㅠ "라는 생각이 드는 정치인 지옥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민주주의를 만들어낸 고대 그리스에서 도대체 왜 이성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도편 추방제가 있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자.
끝.